파파고와 구글, 바이두 번역기 그리고 필자의 교정이 한스푼 첨가된 팬번역 (중국어 '워아니' 밖에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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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이 바빠 다음편이 언제 올라올지 모름

 

커플링: 사회 × 방려 (원래 몸 주인은 염수)

진강문학성 링크: https://www.jjwxc.net/onebook.php?novelid=5385134


 

운간궐의 호종대진이 마지막으로 열린 것은 천재지변과 산불로 인해 산과 강이 요동친 4000년 전으로 거슬로 올라간다.

 

호종대진의 핵심은 영운봉 꼭대기 문선전(问仙殿)에 있었다. 분신기(分神期)에 도달한 장로들이 번갈아 주관하며, 매일 수백만의 영석이 필요한 대진은 운간궐의 유구한 전승을 가지고 있지만, 49일째가 되면 더 이상 지속 불가능한 지경에 빠질 것이다.

 

근 천명에 달하는 축기(筑基期) 이상의 제자들은 묵묵히 문선전 밖에 무릎을 꿇고 앉아 숙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의 내공(*修为)은 대진을 다루기에는 부족하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내공을 불태워 영석을 대신해 계속 대진에 영력을 제공할 수 있었다.

 

돌연 공중의 결계(光幕)가 반짝이며 다시 공격 당했음을 알렸다.

 

마수들이 교대로 대진을 공격하면 대진은 더 많은 영력을 소모하게 된다. 지금 대진의 빛은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아마도...... 오늘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

 

사회는 문선전에서 천천히 나와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결계의 빛이 점점 약해져 마치 언제라도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제자들은 그가 나오자 숭배하는 기색을 보이며 공손히 말했다. "사사형(谢师兄)."

 

사회는 운간궐의 일대 대제자였다. 그들의 사형인 사회는 비록 나이가 어렸지만 분신기의 내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문선전에 들어가 장로들을 도와 대진을 다룰 자격이 있었다. 그러나 그밖에 동년배(*等人)인 그들은 밖에서 지켜야만 했다......

 

그렇지만, 비록 그들은 사회처럼 천부적인 내공같은 건 없어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반드시 마수들과 최후의 순간까지 싸워 운간궐의 명성을 잃지 않을 것이다.

 

사회는 앞의 한 명 한 명의 젊은 얼굴들을 바라보며 파주침주(破釜沉舟:결사의 각오로 출진함)의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평소에 가장 짓궂은 사제 몇 명과 사매들도 지금만큼은 엄숙하고 경건한 태도로(*正襟危坐) 수중의 검을 움켜쥐고 생사존망의 위기에 처해있다. 전쟁에 임하여 도망친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그를 넘겨주어 구차하게 연명할 생각을 한 사람 또한......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 운간궐이 포위당한 그날, 마존은 심부름꾼을 보내 그를 도와 사회를 마존에게 바친다면 운간궐에 살 길을 열어주겠다고 전했다.

 

이 방탕한 말은 의심할 여지없이 운간궐 전체에 대한 수치와 모욕이었다. 만약 당당한 정도선문이 제자를 바쳐 구차하게 연명한다면 영선계 전체의 웃음거리만 될 뿐이며, 그때부터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당시 모두가 매우 분개하여 한차례의 혈전을 피할 수 없었다.

 

이제 49일이 지났다.

 

하루하루 죽음에 가까워지고, 나날이 절망하고...... 그럼에도 타협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것이 바로 운간궐의 불굴의 기개(*风骨)이다. 차라리 여기서 멸망할지언정 마도에 고개를 숙이지 아니하리.

 

사회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한 계단씩 내려갔다.

 

머잖아 이곳을 넘으려 할 때 누군가 한 손으로 그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는데, 막내 사제 도록(陶鹿)이었다. 소년은 눈을 깜빡이며 그에게 말했다. "사형, 꼭 살아야 해요."

 

이 아이는 평소에 가장 장난이 심하고 수련도 늘 잔꾀를 부려서(*偷奸耍滑) 평소에 스승님께 꾸지람을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여기에 얌전히 앉아 있다...... 사회는 천천히 말했다. "왜?"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을 본 소년은 눈에 익은 교활한 눈빛과 귀여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속삭였다. "사형, 당신은 영선계의 최연소 분신기입니다. 모두들 당신이 수천 년 동안 유일하게 합도진선(合道真仙)을 이룰 희망이 있는 천재라고해요. 사형과 우리는 전혀 다르니까...... 사형은 반드시 살아야 해요, 그러면 우리의 복수를 해줄 수 있잖아요."

 

그는 여기까지 말하고는 눈을 빛내며, 하마터면 일어서 날뛸 뻔 했는데(*手舞足蹈) 마치 자신이 사방을 죽이기라도 할 듯 "죽임 당할 마수들은 울부짖으며 부모님을 부를 거야, 그자식들 그때가 되어서도 감히 이런 짓거리를 할 수 있을지 두고봐라!"

 

사회는 살짝 목이 메었다.

 

도록은 그가 일을 그르칠까 말을 마치자 재빨리 손을 떼고 겸연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평소에는 사형이 앞을 막아주셨지만, 이번에는 저희가 사형을 지켜드릴게요!"

 

사회는 천천히 손을 뻗어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메인 목소리로 말했다. "넌 아직 어리니, 너무 많은 생각하지 마."

 

그는 고개를 돌려 더 이상 머물지 않고 산 정상을 내려갔다.

 


 

명은상인(明隐上人)은 이 운간궐의 종주이며, 영선계 전체에서 연허기(炼虚期)에 있는 몇 안 되는 고수(*大能) 중 한 명으로 영선계에서 덕망이 높았다. 다만 오늘날 천년 가까이 연허기의 정점을 좀처럼 돌파할 수 없어 일 년 내내 폐관하여 나오지 않았다...... 이런 위기가 아니었다면 그는 마화에 대처하기 위해 출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백발의 노인이 가부좌로 앉아 있는데, 안색은 노랗고(*面如金纸: 화난표정, 초조함, 두려움) 허약하여 중상을 입은 것 처럼 보였다.

 

그는 천천히 눈을 뜨고 늙은 목소리로 말했다. "회아(怀儿), 왔느냐."

 

사회는 공손히 앞으로 나와 "스승님."하고 인사했다.

 

사회는 노인의 숨결이 허약한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스승은 직접 관문을 나서서 싸우셨지만, 여전히 그 마두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게다가 스승은 이미 100여 년 동안 연허기에 정체되어 있어 돌파할 희망이 희박했는데, 이번에 또 근골을 다치셨으니 더 나아갈 가망이 없을 것 같았다.

 

사회는 가라앉은 눈빛으로 한 글자씩 말했다. "스승님, 그 마두는 합도기(合道期)입니까?"

 

연허기 위에는 합도기가 있다. 합도기에 도달한 수사는 형신이 하나로 합쳐져 수명이 무한하고, 하늘을 찌를 듯한 힘은 허공을 깨뜨릴 수 있기 때문에 합도진선(合道真仙)이라고도 불리는데, 영선계는 지난 합도진선원이 죽은 이후로 수천년 동안 합도진선이 없었다.

 

만약 그 마두가 정말 이런 경지에 이르렀다면, 아마 오늘 운간궐뿐만 아니라 영선계 전체의 위험일 것이다.

 

명은상인은 고개를 저었다. "아닐 것이다. 만약 그가 정말 합도기였다면 호종대진도 그를 막을 수 없었을 것이야......" 그러나 도대체 어떤 경지인지 명은상인도 분명하게 말할 수 없었다.

 

사회의 기색이 숙연하고 엄숙했다. 합도기만 아니라면 막아낼 희망이 있다...... 더군다나 정말 합도기라 해도 어쩔 것인가? 그가 살아 있는 한, 반드시 이 마두를 죽이고 영선계의 평화를 되찾을 것이다.

 

명은상인이 가볍게 한숨 쉬었다.

 

5년 전, 그 마두가 세상에 나와 잔혹하고 흉한 수단으로 마도를 통일하여 뭇 군마들이 머리를 숙이고 감히 따르지 못하게 하였는데...... 그때의 영선계는 아직 이것이 재난의 시작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아무도 그의 내력을 알지 못하고, 아무도 그의 수행을 알지 못하며, 단지 그가 강하다는 것만 알고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으며, 그에게 반항하는 모든 사람은 잔인하게 죽임 당할 것이다.

 

마존 염수가 마도를 통일한 후, 빠르게 확장하기 시작하여, 마구잡이로 살해하고 자원을 약탈하였으며 수하는 군마와 어인 백성(手下群魔鱼肉百姓)...... 얼마 전, 운간궐의 제자들이 하산하여 현지 백성들을 비호하기 위해 일부 마수들과 충돌을 일으켰는데 이번 마화를 불러올 줄은 몰랐다.

 

단지 사소한 마찰 때문에 큰 싸움을 불사하고 문도파를 멸하려 하다니...... 이 마두의 행동은 조금도 상식적이지 않고 거리낌이 없다. 아마도 본보기를 보여주려는 생각인 것 같았다.

 

하지만 선문들은 모래알처럼 흩어져 저항할 힘이 없었다.

 

운간궐은 고전 끝에 종내(宗内)로 물러나 호종대진을 열어야 했다. 포위된 그날, 명은상인은 각 대문파에 서신을 보냈는데, 지금까지 몇 통의 답장만 받았을 뿐, 그 몇몇 우호적인 문파조차 원조하겠다고는 했지만, 49일이 지나도록 한 문파의 지원도 받지 못했다.

 

명은상인은 쓴웃음을 지었다. 하긴, 지금 만마가 모였는데 또 어느 문파가 감히 오겠는가? 그들을 구하기도 전에 군마에게 멸문당할지도......

 

설령 신선을 수련하는 사람일지라도, 결국은 사람일 뿐이다. 사람이라면 득과 실을 따져 선택한다...... 사정은 이해하지만, 결국 약간의 실망은 어쩔 수 없었다. 만약 선문들이 연합하지 못한다면 운간궐의 오늘이 그들의 내일이 될 것이다.

 

명은상인은 어렴풋이 눈앞의 청년을 바라보았다. 눈빛은 자애롭고도 애틋했다...... 이제 궁지에 몰렸으니 결단을 내려야 할 때였다.

 

사회는 그가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제자로, 천성적으로 도골(道骨)이며 오성(悟性)이 극히 높다. 스무 살에 분신기를 이룬 천년에 보기 드문 천재였다. 자신의 이번 생은 여기서 그치겠지만 사회의 미래는 무한했다. 합도진선을 이룩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사회가 살아야 운간궐의 전승이 지속될 희망이 있다......

 

명은상인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파전(破阵: 적진을 격파함)순간까지, 스승이 직접 영전(迎战: 맞아 나가서 싸움)할 것이다-"

 

사회는 눈쌀을 찌푸리며 말했다. "스승님, 부상이 아직 낫지 않으셨습니다......"

 

명은상인은 가볍게 웃으며 그의 말을 끊었다. "스승이 원신을 자폭하면 반드시 그 마두를 막을 수 있고, 너는 기회를 틈타 떠날 수 있다."

 

사회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스승님-"

 

명은상인은 엄숙한 표정으로 무겁게 말했다. "너는 운간궐의 마지막 희망이다. 스승은 운간궐의 전승이 오늘로 끊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알겠느냐?"

 

사회는 주먹을 쥐며 입을 꾹 다물었다. 그가 어떻게 스승과 동문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할까, 그들은 모두 그에게 희망을 걸고, 자신을 희생하여 그에게 살길을 도모하고, 그가 운간궐의 전승을 이어나가길 바라며, 언젠가 그들을 위해 원수를 갚고 원한을 풀기를 바랐다......

 

다만, 그는 이런 결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사회는 마침내 결심을 한 듯, 가볍게 웃는 소리와 함께 눈빛이 칼처럼 날카로워지며 말했다. "아직 그런 지경은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잊으셨습니까?"

 

명은상인은 살짝 멍해졌다가 사회의 뜻을 깨닫고 노하여 꾸짖었다. "터무니없는 소리, 안 된다!"

 

사회는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존은, 저 한 사람만 있으면 운간궐을 놓아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명은상인은 사납게 눈초리를 치켜세웠다. "마두의 말에 어찌 신용이 있겠느냐! 그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은 그저 우리를 욕되게 하려는 것 뿐이다. 만약 네가 정말로 간다면 단지 죽음길일 뿐이야!"

 

사회가 이 점을 생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지만 3할은 그가 정말 퇴병하여 떠날 수도 있습니다...... 첫째로,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은 분명 그의 위신을 손상시킬 것 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그의 목적은 본보기를 보여주려하는 것일뿐, 천하의 선문들에게 그를 불순종하고 거역하는 것의 말로를 알게해주기 위함입니다. 그에게 퇴로를 열어주기만 하면 운간궐은 그와 원한도 없고 반대로 몰살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 마문 쪽도 사상자가 막심하여 이미 많은 이들이 불만을 품고 있으나, 단지 대담하게 직언(*敢言)할 수 없을 뿐입니다...... 그가 마존인 이상, 아무리 잔악무도하더라도 부하들의 생각을 고려해야 합니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으니(过犹不及), 우리가 그의 요구에 응한다면...... 퇴병할 가능성이 큽니다."

 

사회는 유창하게 이야기하며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마문의 퇴병 가능성을 추론했는데, 마치 자신이 총애로 바쳐지는 것은 아무런 일이 아닌 듯 하였다.

 

명은상인의 눈에는 비통함이 서려있었다. 이는 그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제자이다. 천부적인 근골, 절호의 깨달음, 확고한 도심, 가장 냉철하고 이지적인 심성...... 본디 구선길(求仙路)에서 용왕매진(*一往无前)해야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이런 선택에 직면하게 됐다.

 

사회가 성장하는 것을 지켜봐온 명은상인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 "네가 마두에게 간다면, 너의 말로가 어떻게 될지 아느냐?"

 

마존의 잔혹함은 천하가 알고 있으니, 아마 그때가 되면 죽음조차도 지나친 소망일 것이다.

 

사회는 담담하게 말했다. "운간궐의 전승은 저 하나에만 묶여서는 안됩니다. 스승님과 사숙, 사제와 사매들...... 당신들이야말로 운간궐의 전승이고 미래입니다...... 만약 다른 가능성이 있음에도 당신들의 목숨을 희생해 저 혼자 구차하게 연명하는 것은 마음이 편치 않을 뿐더러, 이번 생에 이상의 경지를 돌파하기 어려워 스승님의 기대를 저버릴 것입니다."

 

사회의 이 말은 명은상인으로 하여금 할 말을 잃게 하였다. 선도를 닦는 사람(*修仙之人)은 도심을 가장 중시한다. 사회는 심성이 고오하다. 그의 도심은 흠잡을 데가 없다...... 분명히 이미 동문들이 자신을 위해 헛되이 죽지 않도록 결심했다.

 

"살아야 희망이 있습니다. 운간궐의 제자들이 수천 명인데 여기서 목숨이 끊어져서는 안 됩니다."

사회는 또박또박 한마디 말했다. "게다가 제가 마두 곁으로 간다면 그를 죽일 기회도 있습니다. 오직 이것만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입니다."

 

그 한 사람을 희생하면 종문 전체를 보전할 수 있다.

 

한 가닥의 가능성만 있다면, 그는 시도하지 않을 수 없다.

 

명은상인은 오랫동안 침묵하다 말했다. "만약 그 마두가 약속을 지키려 하지 않는다면......"

 

사회는 입고리를 휘어올려 웃고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럼 스승님들께서 저를 도와 막아 주십시오, 저는 반드시 한 가닥의 혈로(血路)를 만들어 나중에 돌아와 당신들의 복수를 할 것입니다."

 

명은상인은 더 이상 반대의 말을 하지 못하고 두 눈에 눈물을 머금고 슬프고 감동적인 표정을 지었다. 이것은 그가 가장 자랑스러하고 가장 애호하는 제자이다. 마치 자신의 자식처럼 그가 자라는 것을 보고 그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러나 운간궐에는 사회 단 한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는 사회의 제안을 거절할 방법이 없었다......

 

일시적인 굴욕을 참아야 희망이 있다.

 

명은상인은 숨을 깊이 들이마쉬며 천천히 한 마디를 내뱉었다. "알겠다."

 

사회는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옷자락을 걷어 올리고 명은상인에게 깊이 절을 한 뒤 고개를 들어 말했다. "제자에게 마지막 부탁이 있습니다."

 

구사일생으로 돌아가자 명은상인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말해보거라, 스승이 다 허락하마."

 

사회는 천천히 말했다. "제가 마문에 간다면 스승님께서는 저를 사문에서 쫓아내 주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제가 하 모든 일, 모든 영욕은 운간궐과 무관합니다."


 

운간궐산문 앞, 한 무리의 마수들이 호종대진을 공격하고 있었다. 우두머리 마수는 근육이 빼곡히 들어찬 큰 몸집에 피부는 고동(古铜) 같았으며 검은 갑옷을 입고있었다. 그는 양손으로 칼을 쥐고, 뒤로는 수백 명의 마수들이 결진하여 모든 내공을 한 사람의 몸에 집중시켰다.  그가 한 칼, 또 한 칼로 내려치자 대진의 빛이 끊임없이 깜박거렸다.

 

그 마수는 한 면을 내리치고 비웃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너희들이 옥의군을 내놓고 존상을 기쁘게 한다면 살 길을 열어줄 것이다. 구태여 이렇게 완고하고 우둔할 필요가 있느냐!"

 

진 안에는 운간궐의 제자 몇 명이 꼼짝도 하지 않고 차갑게 밖의 마수를 보고 있었다.

 

마수는 웃으며 점점 더 애매하고 약간은 다정한(*狎昵) 말투로 말했다. "너희 이 죽은 사람들의 얼굴을 좀 봐라 정말 이렇게 철이 없으니, 너희는 기뻐해야 한다! 운간궐에 명성이 천하에 자자한 제일의 미인이 있어서 다행이다. 만약 평범한(*随随便便) 이었다면 우리 존상께서도 마음에 안 들어 하셨을 거다, 그러니 이건 너희들의 복이다. 보살펴 주시는 것도 모르고 정말 뻔뻔스러운(*给脸不要脸) 녀석들이구나......"

 

그 몇 명의 제자들은 요 몇 십 일 동안 얼마나 많은 도발적이고 더러운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매번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여전히 분노를 억제할 수 없다고 느꼈다.

 

사회사형은 그들 모두가 흠모하는 대상이고 운간궐...... 아니, 영선계 제일 천재이다. 수행뿐만 아니라 한 세대의 걸출한 인물이며 용모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광풍제월(光风霁月) 같은 존재는 운간궐 모두의 마음속의 자랑이었다...... 그런데 저런 마수에 의해 총애(*以色侍人)라 희롱당했다. 그들은 앞으로 나서 이 목숨을 걸고 싸울 수 없는 것이 한스러웠다!

 

오늘로 49일이다. 대진은 분명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다. 분노에 찬 몇 명의 제자들은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손에 든 검을 꽉 쥐었다.

 

아무도 안 올 거야.

 

오늘 여기서 죽는다 해도 그뿐이야.

 

꽁무니를 빼는 건(*缩头乌龟) 이젠 그들도 충분했다.

 

그들은 하나둘 일어나 죽기살기로 싸우려는데, 갑자기 들려온 기척을 듣고 뒤돌아보더니 멍해져서 말했다. "사사형, 왜 나오셨어요?"

 


 

연혼탑에서 방려는 웃으며 말했다. "본존은 믿는다."

 

그리고 손을 허공으로 올려 뻗고 한 번 흔들어 오의잠을 일으켜 세웠다.

 

오의잠의 시선은 앞의 창백한 얼굴의 남자를 스쳐 지나가고 곧 공손하게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 순간, 마음속에 떠오르는 왠지 모를 이상한 감정을 억눌렀다.

 

존상은 줄곧 냉혹하고 말수가 적어 아무도 그의 생각을 알지 못했다. 비록 우사 자리를 주었지만, 자신을 많이 신뢰하지 않았다.

 

때때로 오의잠은 이 사람은 심지어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세계는 오직 그 한 사람 뿐이다. 설령 자신이 10년 동안 그를 따라다니고 함께 시체산과 피바다를 건넜다 하더라도...... 이 사람은 이제까지 결코 그를 다른 이들과 달리 대하지 않았으며, 그에게 반점의 진실한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존상께서는 자신에게 그의 행위를 설명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를 믿는다 말하며 웃으셨다.

 

오의잠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방려는 담담하게 분부했다. "여기를 좀 청소하거라."

 

방려는 시선으로 피투성이가 된 융단을 훑으며 이건 더 이상 쓸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바로 그때, 밖에서 사회가 나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방려는 미간을 살짝 치켜올리고 느릿느릿 일어서서 웃으며 말했다. "본존과 함께 나가보자."

 

오의잠은 즉시 대답하였다. "알겠습니다."

 

마음이 움직이자 방려와 오의잠은 탑 밖에 나타났다. 그가 나타나자 밖은 즉시 조용해졌다. 고요함 속에서 새까만 마수들이 밀물처럼 갈라져 길을 냈다.

 

이 장면은 지극히 장관이었다.

 

검은 장포가 땅에 끌리고 방려는 천천히 걸어갔다...... 그는 건성으로 생각했다. 자신은 방금 난장판(*烂摊子)을 겪었는데 지금이 바로 허약할 때다. 만약 어느 마수가 갑자기 폭발한다면 자신을 죽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는 무심코 양쪽을 훑어보았고 양쪽의 마수는 모두 고개를 숙이고 몸을 굽혀 연이어 물러섰다......

 

정말 아쉽다. 보아하니 어떤 마수도 그런 배짱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정말 그를 죽일 수 있는 이 좋은 기회를 놓쳤다.

 

방려는 입꼬리를 올리고 마침내 군마를 넘어 운간궐의 산문 앞에 이르렀다. 그는 고개를 들어 전방에 한 손으로 검을 든 백의의 남자를 바라보았고 그제야 약간 넋이 나간 듯했다.

 

수선자의 겉옷은 대부분 법기이며 스스로 먼지를 막는 기능이 있고 미세한 오염도 되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지금 남자의 백의는 피로 물들어 있었다. 법기가 손상되고 수산할 겨를이 없어야만 피로 물들 수 있었다......

 

원래는 매우 낭패한 장면이어야 했지만, 상대방의 몸에서는 마치 눈처럼 새하얀 종이 위에 짙은 먹물이 뿌려져 그 위에 우뚝 선 신선이 더욱 처절하면서도 사람을 미혹시키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백의는 피로 물들고 군마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도 여전히 침착했다. 원래 방자하기 그지없는 마수들조차도 지금만큼은 모두 늠름한 표정을 짓고 그를 가운데에 단단히 둘러싸고 있어 조금도 방심할 수 없었다.

 

마치, 그야말로 위험한 존재인 것 같았다.

 

그는 궁지에 몰렸지만 여전히 적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오직 살육과 선혈만이 이 일을 할 수 있었다.

 

방려는 깨어난 후, 스토리를 흡수느라 바빴고, 또 반역자를 처리하느라 바빴고, 오의잠을 접견하고...... 사회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스토리만 대충 훑고 우선 사람을 돌려보낸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자.

 

지금 보니, 이 사람은 모두가 동경하고 탄복하게 하며 수많은 이들 사모할 만한, 확실히 범상치 않은 면이 있었다.

 

옥의군(玉仪君), 설청검(雪青剑).

 

일인일검, 유세독립. (遗世独立: 사회를 벗어나 고고한 생활을 함)

 

이 순간 방려는 생각했다. 염수가 그를 사랑하게 될 것이며 오히려 억울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국 용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범인(凡人: 보통사람)의 공통된 병(通病)이었다. 염수 역시 범인이니 확실히 납득할(*情有可原) 만했다.

 

방려는 원래 대충대충 하는 마음으로 시스템에 응했다. 사실 이 임무엔 별 관심이 없었지만, 이런 절색과 함께라면...... 동료가 이렇게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을 보니, 이 임무는 지루하지도 그다지 못할 짓도 아닌 것 같았다.

 

"제가 오늘 여기에 온 것은, 단지 한 가지 묻고싶은게 있기 때문입니다. 존상께선 이전에 하신 말씀을 그대로 지킬 것입니까?" 사회의 어조는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았다. 표정은 냉랭하고 담담하며, 흔들림 하나 없는 잔잔한 시선으로 방려를 바라보았다.

 

방려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

 

자신은 무고한 사람을 마구 죽이는 일을 할 줄 모른다. 본래의 염수도 원래 몰살할 생각이 없었다. 운간궐의 이 검수들은 진부하지만 그래도 정직하고 공정명대하며 겉과 속이 같았다. 악을 제거하고, 세상을 구하고, 사람을 구하는 것을 이상으로 여기는 멍청이들이었다...... 그럴듯한 이중인격자, 위선자가 아니라면 이런 사람을 죽이는 것은 정말 재미가 없었다.

 

사회를 얻으면 정도선문의 뺨을 때리고 위세를 세우는 목적도 달성된다.

 

사회는 피하지 않고 방려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잠시 후, 갑자기 손에 쥔 칼을 거두고 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존상을 믿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뒤에 있던 운간궐의 제자들은 하나같이 슬픈 표정으로 분분히 권했다. "사형, 심사숙고하세요!"

 

사회는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보고는 엷게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은 돌아가."

 

그의 말투는 엄격하진 않았다, 단지 눈으로 그들을 담았을 뿐. 제자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하나하나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사회는 말 한마디로 사람들을 진섭하고 손목을 돌려 장검을 뒤에 진 채 한 걸음 한 걸음 방려를 향해 다가왔다.

 

청랭한 남자의 자태는 태연자약했다. 군마 사이를 걷는데 표정과 태도는 담담하여 마치 남의 총애를 받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연회에 가는 손님처럼 한가한 정원을 걷고 있는 것 같았다.

 

방려가 눈을 가늘게 떴다. 사회가 그의 동문들을 제압할 수 있어서 오히려 자신의 일을 덜었다. 결국 이지경에 이르렀으니 피를 더 볼 필요는 없다. 다만......

 

사회가 그의 앞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 오의잠은 갑자기 앞으로 나와 사회의 앞을 막았다. 붉은 눈동자는 차갑고 예리하며 무표정한 얼굴로 또박또박 말했다. "영검을 내놔라."

 

방려가 칭찬하며 오의잠을 한 번 보았는데 어쩐지 염수가 그를 곁에 두고 싶어 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는 지금 당장은 내공을 사용할 수 없으니 사회의 검을 자신에게 가까이 오게 한다면, 그는 사회가 먼저 그를 단칼에 죽일 수 있는지 시험해 볼 것이라고 조금도 의심하지 않지만, 포로의 영기(灵器)를 빼앗는 이런 사소한 일도 그가 직접 입을 열어 분부해야 한다면 마존의 박력(*逼格)이 없어 보이지 않겠는가? 혹시 그가 지금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수도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왜 포로를 신경쓰겠는가......

 

이때, 수하의 친절한 중요성이 드러났다.

 

사회의 시선이 눈앞의 붉은 눈의 음산한 남자를 스쳐 지나갔다. 그는 분명 마존의 심복수하 오의잠인 것이 틀림없다.

 

검수로서 영검을 내놓는 것은 자신의 명맥을 내놓고 다른 사람이 도살하도록 내버려두는 것과 같다...... 그러나 이것들은 모두 사회가 예상했던 일이니, 다른 기회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사회는 안색의 변화없이 오의잠에게 영검을 건네주고는 담담하게 시선을 돌려 방려를 바라보며 입가에 옅은 곡선을 그렸다.

 

정말 기품이 넘친다.

 

방려는 다소 감개무량했다. 위치를 바꿨다면 그는 사회처럼 침착하지 못했을 것이다. 필경 그와 같은 '마두'의 손에 떨어지면 아마 죽고싶어도 죽을 수 없을 것이다.

 

누구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누구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사는 것은 죽는 것만 못하다...... 그러나 태연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적다.

 

방려는 사회와 같은 사람들을 진심으로 존경했다. 그의 신조를 고수하고, 뒤에 있는 약자를 지키기 위해 지옥에 홀로 갈 수 있다. 만약 이런 만남이 아니었다면 틀림없이 친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지금 그는 극의 스토리를 좀 더 진행해야 했다.

 

방려가 걸음을 옮겨 앞으로 나서자 두 사람은 별로 키차이가 나지 않아 마침 서로를 똑바로 마주 보았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일부러 희롱하는 기색으로 상대방의 차갑고 검은 눈동자 속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 "오늘부터, 너는 본존의 사람이다."

 


 

*번역할 때는 편의상 49일로 퉁쳤지만 원문은 七七四十九日로 검색해 보니 아래와 같은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본토 독자도 7749일로 잘못 알아들어 20년 동안 공격한 거냐고 묻는 댓글이 있었네요ㅋㅋ

 

 

*마수가 운간궐의 제자 앞에서 비아냥거리는 부분에서 총애라고 의역을 했는데 원문은 以色侍人으로

아름다운 외모로 누군가에게 봉사/만족시키다. 남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여자(후궁과 왕의 관계 등)를 묘사하는데 사용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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